그냥쓰기 번역 딜레마 2012/02/22 20:06 by Irrational

 로봇대전W를 하다보니 1화에서 주인공 카즈마가 누나인 아카네의 가슴을 가지고 드립을 치는 장면이 나왔다. 

 거기서 아카네의 반응은 직역으로 "바..바보! 무슨 소릴하는거야!" 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걸 우리나라 어투에 자연스럽게 바꾸면 "야! 누가 그런 말 하래" 내지는 "임마! 그런 걸 말하면 안되지!" 등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은데, 이러면 원문이랑은 완전히 다른 문장이 되버린다. 

 그러나 내가 작년에 콧털만큼이나마 배운 번역수업에서는 

 '원문 텍스트(Source Text)의 독자가 느낄 때의 감흥 = 번역 텍스트(Target Text)의 독자가 느낄 때의 감흥' 이라고 해서 직역보단 의역에 더 비중을 둔다고 한다.

 이러한 특징은 미국에서 특히 더 심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자국 내에서만 해도 매우 방대한 분량의 책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번역 시장 자체가 5% 이하에 불과하며, 따라서 자국 내의 텍스트와 문화에 익숙한 미국인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원본 텍스트의 미국 문화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허나 이런 의역은 때로는 지나치게 느껴져서 원본을 훼손하여 새롭게 창조하는 수준에 달할 때도 있다고 한다.

 당장 위의 예시를 보아도 '바..바보!'라는 말은 우리나라의 일상 대화에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멍청아!' 내지는 '바보야!'로 바꿔주야 할 텐데 저 상황에서 '바..바보!'가 내포하고 있는 성격은 부끄러움 및 당황스러움이 담겨있는 거라서 또한 '뭐?!' '어?!' '응?!' 등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과연 자연스러운 것인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따라서 만년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 혹은 기술과학 등의 텍스트만 번역할 게 아니라면, 하다못해 소설에 나오는 대화들을 자연스럽게 번역하기 위해서라도 번역가는 일상대화를 매우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의역 vs 직역'에 대한 답을 내려주진 못하지만 적어도 의역을 결정했을 시에 보다 더 나은 질의 번역을 제공해줄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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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神槍 2012/02/22 23:49 # 답글

    이, 이게 지금 맞으려고!

    요런건 어떻습니까_-_
  • Irrational 2012/03/18 20:22 #

    맥락상 제가 제시한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좋군요!
    블로그 들어가봤더니 전문 번역가이신가봐요 :)
  • 神槍 2012/03/18 21:10 #

    지금은 반 은퇴(?)상태 입니다^^;
  • 다능 2012/02/23 13:00 # 답글

    이 미국화 작업이 번역 뿐 만 아니라 영국 책을 가져오는데도 가끔 적용된다 합니다.
    특히 애들보는 책의 경우에는 그 경우가 크죠.
    유머 등의 차이는 없는대 책을 잘 안 읽고 긴 글을 읽기 실어하는 미국애들 때문에
    없어도 되는 단어들 최대한 지워서 분량 가끔 생략하죠.

    제 기역으론 Indian in the Cupboard 시리즈가 이랬던 것 같습니다.
  • Irrational 2012/03/18 20:24 #

    미국의 번역시장이 그렇게 좁디 좁다던데 아이들 보는 책도 다룰 줄은 몰랐네요. 어린 시절부터 이런 현지화 작업이 끝난 책을 접했으니 성인이 되서도 현지화 되지 않은 번역물에 익숙치 않게 되는 것일까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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